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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북한의 비정상 축구와 정상 국가의 길

기사승인 2019.10.16  17: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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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한국과 북한 여자대표팀은 2017년 4월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맞붙었다. 4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이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김호곤 당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현 수원FC 단장)은 선수단장을 맡아 현장에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축구인도 관중석 분위기에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는 1-1로 끝났다.

김호곤 단장은 2년 6개월 만에 다시 놀랐다. 이번에는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사진으로 관중이 한 명도 없는 김일성경기장을 보고서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우리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컷의 사진으로 전해진 김일성경기장의 모습은 썰렁함을 넘어 참으로 기괴하다는 느낌을 줬다.

   
▲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전. 관중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5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과 북한의 남자대표팀은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남자대표팀의 A매치였다. 같은 조에 편성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북쪽이 남쪽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문마저 불허해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논란을 부른 경기였다. 결국 무관중이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 한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은 오랜 세월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로 취급받았다.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부터 시작된 화해 분위기를 타고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 변해 나가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최근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미 대화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적 몽니가 이번에 축구를 통해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 197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함께 웃는 한국 주장 김호곤(왼쪽)과 북한 주장. /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남과 북의 대표팀은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만났다. 분단 후 첫 대결이었다. 0-0으로 비겨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김호곤 단장은 당시 한국 주장이었다. 시상대에 오르려다가 한 북한 선수의 손에 밀려 떨어졌다. 간신히 다시 시상대에 오른 김호곤은 북한 주장에게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함께 웃어 보이자”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먼저 어깨동무를 했다.

정상 국가는 국제규범을 지키는 나라다. A매치도 엄연한 국제규범이 있다. 이번 평양 경기는 분명히 국제규범, 아니 상식과는 거리가 먼 ‘비정상 축구’였다. 그렇다고 비정상을 계속해서 비아냥거리고 혐오해서는 안 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이끌려면 관용과 인내가 필요하다. 41년 전 공동우승 시상대에서처럼 먼저 말을 걸고 계속 손을 내밀어야 한다. 축구든 정치든.

최승진 기자 hug@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3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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