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다문화 편견 이긴 초등선수 '온예카 오비 존'

기사승인 2016.04.04  11:47:21

공유
default_news_ad1

- 아빠는 아프리카 출신, 엄마는 한국인... 축구로 차별 극복하며 득점왕도 차지

   
▲ 신정초 공격수 온예카 오비 존.

서울 신정초 축구부에는 거무스름한 피부색,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유연한 몸놀림으로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오비’로 불리는 온예카 오비 존(11·FW)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축구 선수다. 오비는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열린 ‘2016 칠십리 춘계전국유소년연맹전’ U-11 대회에서 12골을 터뜨리며 득점상을 받을 정도로 축구 실력이 뛰어나다.

오비의 아버지 온예카 폴 오비(46) 씨는 2000년대 초 한국에 들어와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의류 무역 사업을 벌였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던 어머니 한선희(42) 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2004년 귀화했다.

부모는 오비를 한국에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출생 인구는 지난 2008년 1만 3443명에서 2014년 2만 117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국가대표의 꿈까지 이뤘던 강수일(29)은 어린 시절 따가운 시선을 못 이겨 눈빛만 마주쳐도 주먹을 휘둘렀다고 했다. 프로에 와서도 일부의 편견과 차별에 마음고생을 했다. 그라운드에서도 존중은 부족했다.

   
▲ 오비는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축구 선수다.

불편한 시선 속에서 아들을 키울 수 없었던 부모는 오비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2010년 중국으로 떠났다. 한국의 국제학교에 보낼까 생각도 해봤지만 등록금이 만만치 않았다. 오비는 중국 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오비는 어려서부터 공만 보이면 차고 다닐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부모는 오비를 축구 취미반에 보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오비는 두각을 나타냈다. 한두 살 위 형보다 축구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제 대회에 나가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운동선수를 한 적은 없지만 매주 빼먹지 않고 동호회 축구에 나가고 실력도 뛰어난 축구광이다. 아버지는 오비를 축구장에 같이 데리고 나갔다. 프리킥 연습 등 개인 훈련을 시켰고 집에 돌아오면 전술판을 놓고 오비와 30분씩 축구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축구에 빠진 오비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며 부모를 졸랐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전 201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최하는 축구 캠프에 참가했다. 세계 각국에서 볼 좀 찬다는 유소년이 몰려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오비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수두룩했다.

부모는 정식 축구부에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비는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모는 고민을 거듭했다.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오비에게 축구를 가르치기에 한국만한 곳이 없었다. 오비는 축구 명문 신정초에 입학하며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다.

   
▲ 2010년 중국으로 떠난 오비는 지난해 축구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반 친구들은 오비를 보고 처음엔 “외국인이다” “까맣다”고 놀려댔다. 오비는 마음고생을 했다. 부모의 속도 타들어갔다. 하지만 오비는 축구로 친구들과 어울렸다. 오비는 “축구만 하면 너무 즐겁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오비의 한 동료 선수는 “오비요? 저보다 축구 잘해요”라며 스스럼없이 오비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비도 “한국 선수들이 축구를 더 잘한다”며 “여기서 축구를 배우는 게 더 좋다”고 만족해했다.

신정초 함상헌 감독은 “오비는 흑인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여유가 있다”며 “일반적인 초등 선수에게 없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타고난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도 강하다. 오비는 족저근막염에 걸려 운동을 쉬는 사이 몸무게가 6kg이나 불었다.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몸이 둔해졌다. 지난 2월 열린 유소년연맹전을 앞두고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입에 달고 살던 빵도 끊으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2주 만에 2kg을 빼고 대회에 나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오비는 “한국에서 축구를 배우니까 참 좋다. 나중에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 아버지와 한 대형 서점을 방문해 사진을 찍은 오비.

오비가 포그바와 발로텔리를 좋아하는 이유

신정초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 온예카 오비 존은 폴 포그바(23·프랑스)와 마리오 발로텔리(26·이탈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오비도 두 선수의 트레이드마크인 모히칸 머리스타일(미국 원주민 부족인 모히칸족의 머리스타일로, 옆머리를 짧게 밀고 가운데 머리카락만 남긴 모양)로 한껏 멋을 낸다.

머리스타일뿐만 아니라 오비는 포그바, 발로텔리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다. 아프리카 부모에게서 태어난 포그바와 발로텔리는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소문난 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비도 한때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포그바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기니 혈통이다. 기니 출신 이민 2세로 쌍둥이 형은 기니 국적으로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발로텔리도 아프리카 출신이다. 가나 출신 이민자 부부에게서 태어났지만 가난 때문에 이탈리아로 입양됐다. 발로텔리도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두 선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끊임없이 인종차별에 시달린다. 포그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유벤투스로 갈 때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이탈리아는 인종차별이 심해서 포그바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포그바는 투입되거나 교체될 때 상대팀 팬들의 인종차별 구호를 견뎌내야 했다.

발로텔리도 마찬가지다. 몇몇 이탈리아 소년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발로텔리를 향해 인종차별 내용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발로텔리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뛸 때 약 8000개 이상의 모욕적인 글을 인터넷을 통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인종차별을 꿋꿋이 이겨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오비는 “포그바와 발로텔리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민성 기자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시시콜콜 축구 전체보기

1 2 3
item3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