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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초 감독 “축구 지도 ‘몰상식’ 없어져야”

기사승인 2017.04.10  10: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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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상헌 신정초 감독.

프로선수 출신 ‘유소년 명장’ 함상헌
“과거엔 미끄러진다고 바나나 못 먹게”
대학원도 다니며 과학적 지도법 공부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한여름 땡볕 아래 뛰면서 물 한 모금 안 마셨어요. 아니, 못 마셨죠. 경기 중 물을 마시면 몸이 무거워져서 제대로 못 뛴다는 얘길 들었으니까요.”

함상헌(46) 신정초등학교 감독은 약 30년 전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당시 학원축구 강호로 군림한 팀 내에도 잘못된 운동 상식이 만연해 있었다. 에너지 공급에 큰 도움이 되는 바나나, 미역국을 못 먹게 한 지도자도 있었다고 한다. 바나나 때문에 성적이 ‘미끄러지고’ 미역국 때문에 대회에서 ‘미역국 먹는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경기 하루 전 힘내라고 배터지게 먹은 소고기는 되레 다음날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미리 숨을 틔운다는 이유로 킥오프 전부터 무리하게 뛰다가 정작 경기 중 체력이 일찍 고갈되는 일도 빈번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K리그 73경기를 뛴 함 감독은 “심지어 프로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2001년 신정초 사령탑에 오른 그는 올해로 17년차 감독이 됐다. 그동안 한국축구도 바뀌었다. 과학적 훈련법과 선수 관리법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 함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2012년부터 3년 간 한국체대 대학원 스포츠코칭학과에서 공부를 했다. 선수 시절 겪은 ‘비상식’을 제자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 신정초 선수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그렇게 운동생리학, 선수 심리분석, 훈련법 등을 공부했다. 함 감독은 “매주 23시간 수업과 감독 생활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다. 선수들에게 항상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정작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뭘 배울까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며 “계절 학기까지 듣고 논문도 발표하면서 힘들게 졸업했다”고 웃었다. 만학도 지도자의 노력 아래 신정초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함 감독은 강압적인 주입식 지도법도 철저히 경계한다. 이 또한 선수 시절 보고 느낀 폐단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질책을 위한 질책, 지적을 위한 지적은 선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선수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에게 축구부에서 배우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영상도 보고 다양하게 배우라는 의미”라며 “최근에도 A매치 시리아전을 보면서 선수들과 휴대폰 메신저로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했다”고 전했다. 

신정초는 거의 매년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는 강호다. 함 감독 부임 후 전국대회 우승과 감독상 등 트로피가 100개가 넘는다. 올해도 지난 2월 시즌 첫 대회인 칠십리배 춘계유소년연맹전 A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함 감독은 ‘우승제조기’가 아닌 ‘공부하는 지도자’로 불릴 때 가장 기쁘다. 그는 “선수는 지도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흡수한다”며 “앞으로도 변화에 맞춰 계속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체 직전 팀 맡아 왕중왕전 최다우승팀으로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함 감독은 2000년 은사의 소개로 신정초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 계획은 유학을 떠나기 전 6개월 정도 코치로 아이들을 봐준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활이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 함상헌 감독이 2015년 왕중왕전 우승 후 선수들을 한 명씩 안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그런 와중에 당시 감독이 학교 측과 불화로 갑자기 물러나며 팀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함 감독은 고민 끝에 신정초를 맡기로 했다. 당시 남아 있는 선수는 3명. 함 감독은 인근 초등학교를 돌며 아이들에게 몰래 볼 리프팅을 시키는 등 발로 뛰며 선수들을 모았다.

첫 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뒤 약 3년 간 부진했다. 주변의 텃세도 함 감독을 힘들게 했다. 그는 2004년 11월 서울지역대회를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첫 경기 전부터 “이번에 우승 못하면 지도자로서 능력이 없는 것이라 여기고 그만 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우승을 차지했다. 

고비를 넘기자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이듬해 전국대회 8관왕 위업을 일궜다. 이후 매년 1회 이상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특히 초등리그 왕중왕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초대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8년 간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신정초 출신으로 성인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조현우(대구FC) 이승렬(전 수원FC) 등 국가대표,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정선호(상주 상무) 등 K리거로 성장했다. 학교 운동장이 맨땅이라는 핸디캡에도 팀 성적과 선수 육성 ‘두 토끼’를 잡고 있다. 함 감독은 “선수 때나 지금이나 후회는 없다”고 웃으며 축구인생을 자평했다.

박재림 기자 jami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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