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우린 보은상무, 군대서 축구하는 여자”

기사승인 2017.06.17  00:06:35

공유
default_news_ad1
   
▲ 지난 4월 개막전을 앞두고 보은상무 선수단이 전의를 다지고 있다. /보은=임성윤 기자

부사관 선수-군무원 감독 ‘수사불패’
창단 10주년, WK리그 역사 함께해
“암구호 암기 기본, 유격훈련도뛰죠”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군대서 축구한 얘기요? 우린 너무 좋아하죠(웃음).”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10라운드가 열린 16일 효창운동장. 경기 전 국민의례로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홈팀 서울시청 선수단과 팬, 관계자들이 가슴에 손을 올릴 때 원정팀 선수들은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눈썹 끝에 닿은 꼿꼿한 손날 등 ‘각’ 잡힌 자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군체육부대 제2경기대 소속 보은상무 여자축구단이다. 

2007년 창단한 상무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09년 WK리그 출범부터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또 전국체전 동메달 3회(2013~2014년, 2016년)와 세계군인체육대회 입상 등으로 부대를 빛냈다. 창단 코치로 시작해 이듬해 지휘봉을 잡은 이미연(42) 감독은 WK리그의 유일한 여성 사령탑이다. ‘2007년 3월 군번’인 베테랑 반도영(32)은 창단멤버 17명 선수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그라운드를 누빈다. 동기 이아름은 의무 트레이너로 변신했다. 

올시즌 상무 20명 선수 전원은 현직 여군 부사관이다. 이 감독은 5급 군무원. 손정탁 코치와 박규홍 GK코치, 두 남성만 민간인 신분인 게 아이러니(?)다. 선수들은 훈련소에서 4주, 부사관 학교에서 약 4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임관 후 팀에 합류한다. 기본 복무기간(4년)을 보내는 하사 계급 선수가 있고, 주장 김원지(28)와 국가대표 출신 권하늘(29) 반도영 등 장기복무 중인 중사도 있다. 

   
▲ 2007년부터 상무에서 뛰는 반도영(위)과 2009년부터 활약 중인 권하늘(아래). 권하늘은 국가대표팀 센추리클럽(100경기 출전) 가입 선수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경북 문경 부대 내 숙소에서 생활한다. 지난해 숙소 완공 전까진 부대 근처 빌라에서 지냈다. 평소 생활은 일반 군인과 같다. 오전 6시 기상 후 부대 전체 점호에 참가한다. 시즌 중에는 자체 점호를 하기도 한다. 불침번 근무는 없지만 매달 이 감독이 당직사관,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당직부사관으로 근무를 선다. 경기장에선 유니폼을 입지만 부대에선 군복과 활동복을 입는다. 

사격, 화생방, GOP 경계 체험 등 각종 훈련도 받는다. 9년차 중사 권하늘은 “매년 유격훈련을 뛰었다”며 “국가대표팀 소집 등으로 혹한기 훈련은 한 번도 못했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군번, 총번, 암구호도 외운다. 하지만 말할 순 없다”며 웃었다. 

간부교육도 이수한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부사관이기 때문에 전시에는 병사들을 지휘해야 한다”고 했다. 상주 상무 남자팀 선수는 일반 병사이기 때문에 여자팀 선수를 만나면 경례를 해야 한다. 권하늘은 “이근호, 이정협, 이용 등 국가대표들이 내게 ‘충성’ 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여자 선수끼린 계급과 복무기간, 축구경력 등을 복합적으로 따진다고. 

   
▲ 16일 서울시청전 역전승을 거둔 상무 선수단이 라커룸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랫줄 가운데가 이미연 감독. 

입대일, 임관일은 절대 안 잊는다는 상무 선수들은 “휴가를 나가면 군대 얘기를 하게 된다. 여자 친구보다 남자 친구들과 말이 더 잘 통한다”고 입을 모았다. 2년차 남경민(22)은 “할아버지, 아버지와 군대 얘기로 공감대가 생겼다”고 했다. 현재 애인이 없다는 한 선수는 “빨리 짝이 나타나면 좋겠다. 나랑 연애하면 축구와 군대 얘기로 말이 잘 통할 것”이라고 어필(?)했다.

이날 상무는 서울시청을 2-1로 꺾었다. 선제골을 내줬으나 권하늘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차례로 터트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4월 14일 신생팀 경주한국수력원자력전(1-0) 이후 약 두 달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또 지난해 24경기 1승에 머문 그들이 올해 10경기 만에 2승(1무 7패)을 수확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몸을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하늘은 “하사 시절 이후 처음 1경기 2골을 넣은 것 같다”고 웃으며 “우리팀은 늘 전우애로 똘똘 뭉친다. 서로를 위해 한 발 더 뛴다”고 자랑했다. 8개 팀 중 7위인 상무는 19일 수원시설관리공단(수원FMC)과 원정경기를 치른 뒤 26일 안방 보은종합운동장에서 이천대교를 상대한다. 부대에서 보은까지는 차로 약 1시간 거리다. 

▲ 원치 않는 입대 더 이상 없다

   
▲ 지난 4월 개막전에서 활약 중인 남경민. 2년차 부사관 하사인 그는 올해 4골로 득점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보은=임성윤 기자

상무 선수 모집 방식은 계속 바뀌었다. 2006년 대교에서 데뷔해 이듬해 상무 유니폼을 입은 반도영은 “창단멤버는 전원 자원해서 테스트를 거쳐 입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신인드래프트로 선수를 받으며 문제가 생겼다. 지명을 거부하면 사실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사관 지원서를 써야 했다. 2009년 상무 지명을 받은 권하늘은 “정말 싫었다. 눈물도 흘렸다”고 했다. 이후 상무 지명을 거부하며 잠정 은퇴를 선택한 선수도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2년 전부터 상무는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는다. 드래프트에 앞서 여자축구연맹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한다. 지난해 남경민 등 7명, 올해 4명이 들어왔다. 올시즌 4골로 득점 공동 4위에 오른 남경민은 “군인이란 직업과 상무팀 선수들이 멋져 보였다. 또 미래가 안정적이라는 부분도 선택의 이유가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은 “상무에서 뛰고 싶은, 절실한 선수들이 모인 만큼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반도영, 권하늘 등 장기 복무자는 대부분 상무에서 선수 은퇴를 원한다. 특히 권하늘은 “초반엔 전역일만 기다렸다. 그런데 지내다보니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정이 들고 군생활에 적응하면서 상무에 남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 전역일은 2012년 3월 말이었는데 이제는 2033년”이라며 웃었다. 

박재림 기자 jami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시시콜콜 축구 전체보기

1 2 3
item3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