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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 ‘불볕경기’ 위험에 방치, 대책은?

기사승인 2017.07.11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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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전국 대회 경기 도중 쿨링 브레이크 시간에 선수들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한여름 불볕 더위 속에 경기를 하는 학생 선수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6월 왕중왕전서 고교 선수 탈진
전국 대회도 찜통 더위 속 열려
부상위험 높은데 안전대책 미비
시설 부족해 야간경기도 제한적

[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경북 김천시는 6월부터 뜨거웠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었다. 폭염 경보까지 떨어졌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뛰는 선수들은 오죽 더웠을까. 결국 사달이 났다. 땡볕에서 공을 차던 선수가 쓰러졌다.

김천에서 열린 2017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6월 15일~7월 2일)에서 생긴 일이다. 오후 2시에 킥오프한 경기에서 전‧후반 90분을 다 뛴 한 선수가 승부차기를 앞두고 쓰러졌다. 탈진이었다.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링거를 맞고 회복해 곧바로 퇴원했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사실도 몰랐다. 협회 관계자는 “경기감독관의 보고가 없으면 알기 힘들다”고 변명했다. 협회는 선수의 안전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고 추후 관리도 없었다. 무신경했다.

‘땡볕 축구’는 학원 축구의 전통?

학원 축구에서 한여름 땡볕 경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한 축구인은 “옛날에도 더워서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변한 게 없다. 심지어 몸이 상할까봐 꾀병을 부려 대회에 안 나가는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협회는 리그는 학기 중에, 단기 대회는 방학 중에 열고 있다. 단기 대회는 흔히 춘계, 추계로 나뉜다. 봄과 가을에 열려야 이름과 딱 맞다. 하지만 방학을 이용해 겨울인 2월과 여름인 7~8월에 개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협회는 여름철 불볕더위 대비책을 준비해뒀지만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국내대회 승인 및 운영규정 19조(경기 개시 시간) 2항에는 ‘혹서기 대회는 오후 1시~3시 경기 제한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지난해 여름에 열린 각종 고교 대회 일정을 살펴보면 오전 11시 30분, 오후 3시에 킥오프한 경기가 있었다. 가장 더운 오후 2시 전후를 피했다고는 하지만 체감 온도는 별 차이가 없을 때다.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그라운드에 복사열이 남아 있다. 

심지어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은 권장사항도 따르지 못했다. 6월에 열려 혹서기라는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오, 오후 2시 등 최악의 시간대에 킥오프한 경기가 많았다. 협회는 “이번 대회 기간이 유독 더웠지만 날씨는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왕중왕전을 한여름 대회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이 열린 경북 김천시는 대회 기간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었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부상 위험 큰데 책임은 선수가

피해는 고스란히 팀과 선수들이 떠안는다. 국내대회 규정 제22조(선수단 안전 및 응급치료비 청구) 2항에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팀에서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여름 낮에 경기를 열어놓고는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일선 지도자들은 “무더위 때문에 선수들은 금방 지쳐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선수는 “뜨겁게 달아오른 인조잔디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가 허벅지가 다 쓸렸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처가 남아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 대회는 주로 인조잔디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와는 달리 열을 심하게 낸다. 한여름 대낮에 천연잔디는 섭씨 30도 후반에 머물지만 인조잔디는 70도에 이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대회에 참가한 각 팀은 알아서 더위를 피했다. 왕중왕전 우승팀 매탄고 선수들은 하프타임 때마다 찬물을 채운 큰 플라스틱 통에 들어가 열을 식혔다. 한 지도자는 “여름 대회 때 숙소 선정 조건은 냉방과 통풍”이라고 했다. 쿨링 브레이크(전·후반전 중반 열을 식히고 수분 섭취를 할 수 있는 휴식 시간)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는 현장의 볼멘소리도 많다.

심지어 살인일정도 반복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최소 48시간 휴식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기 왕중왕전 준결승은 지난 1일 오전 11시, 결승은 2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선수들은 여름날 25시간 만에 경기에 나섰다.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송하헌 주치의는 “탈진하면 근육 경련이 쉽게 일어난다. 일사병이 일어나면 구토와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열사병까지 이어지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주고 열을 식혀줘야 한다.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왕중왕전을 관전하는 관중은 우산으로 햇볕을 피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폭염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야간 경기가 해결책이지만…

프로축구인 K리그는 지난 5월 말부터 야간 경기를 열고 있다. 선수와 관중을 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여름에 개최되는 학원 축구 대회도 해가 진 다음에 경기를 시작하면 불상사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 

K리그 U-18 팀이 참가하는 K리그 주니어 챔피언십은 오는 21일 개막하는데 모두 오후 6시 이후에 킥오프한다. 지난해 경남 합천군에서 열린 추계고등연맹전도 처음으로 야간 경기를 펼쳤다. 두 대회 모두 호평을 받았다. 고등연맹 관계자는 “추계연맹전은 오후 4~9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야간에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여름 대회를 야간에 열 수는 없다. 조명 등 시설을 갖춘 축구장이 부족하다. 고등연맹 관계자는 “구장을 여러 개 보유해 단기 대회를 열 수 있는 도시가 몇몇 있는데 야간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곳은 2~3곳 밖에 안 된다”고 했다. 

대회 방식 변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 고등학교 감독은 왕중왕전을 앞두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펼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굳이 한 장소에 모여서 빡빡한 일정 속에 경기를 치러야겠냐는 것이다. 당시 조병득 협회 부회장은 “일선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이민성 기자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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