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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팀 ‘한쪽선 창단, 한쪽선 해체’ 왜?

기사승인 2017.08.19  00: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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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축구 실업 명문팀 이천대교가 올시즌을 끝으로 해체된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를 앞둔 선수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는 국내 여자팀이 거의 다 모인다. 초등부(16팀)부터 중학부(17팀) 고등부(16팀) 대학부(10팀) 일반부(9팀)까지 총 68개 팀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경남 합천에서 챔피언을 가렸다. 한국 여자축구 최대 잔치라고 할 수 있는 이 대회가 끝나자마자 대학과 실업 명문 팀의 해체 소식이 연달아 나왔다. 한양여대와 이천대교가 각각 2018년과 올시즌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93년 창단한 한양여대와 2002년 탄생한 대교축구단은 한국 여자축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팀이다. 한 축구인은 “남자축구로 치면 연세대나 고려대가 문을 닫고 K리그 수원 삼성이나 FC서울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심각성을 얘기했다. 지난해에도 국내 최초 고교 여자축구부 강일여고(강릉)를 비롯해 백학초(인천), 여주대 등이 해체됐다.

그런데 사라지는 팀만큼이나 새로 생기는 팀도 있다. 2014년 고려대(세종)와 한빛고(대전), 지난해 참샘초(세종) 단국대(천안)에 이어 올해도 세한대(당진), 실업팀 경주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창단했다. 앞서 2012~2013년에는 9개 학교팀이 탄생하기도 했다. 기존 명문 팀마저 문을 닫는 상황에서 매년 새로운 팀이 창단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유가 뭘까.

   
▲ 지난 3월 경주한수원 여자축구팀 창단식.

▲ 정부서 창단 지원금 3년간 지급

2010년 한국 여자축구는 17세 이하(U-20) 월드컵 우승과 U-20 월드컵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그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여자축구 발전기금이 나왔다. 이는 초‧중‧고‧대학 팀의 창단 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다. 

여자축구연맹(회장 오규상)에 정식으로 창단 의향을 전하고 팀을 만들면 3년 동안 지원금을 받는다. 대학은 첫 해 1억 원, 2~3년차에 5000만 원씩을 받고 고교는 연간 4000만 원, 초등‧중학교는 연간 3000만 원을 받는다. 올해 주관 부처가 문체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바뀌었다.

전국대회 참가 지원금도 있다. 역시 정부에서 나온다. 신생팀뿐 아니라 대회에 나서는 모든 팀이 혜택을 받는다. 다만 참가 대회 수에 따라 초등은 500만~1500만 원, 중‧고‧대학은 300만~900만 원을 차등 지급 받는다. 대회 참가 지원금은 당해 참가 대회 수를 기준으로 이듬해 지급된다. 실업팀은 창단 지원금이나 대회 지원금이 없다. 

▲ 자생력 못 키우면 버티기 힘들어

여자축구연맹은 지원금만 받고 3년 뒤 곧바로 해체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창단 기준을 높이 잡았다. 지원금이 끊긴 이후에도 팀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를 진단한다. 연맹 관계자는 “무작정 팀이 많이 생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팀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대덕대와 고려대의 올해 춘계연맹전 결승전. 대덕대는 2012년, 고려대는 2014년 창단했다.

그럼에도 창단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팀은 급격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 신생팀 감독은 “솔직히 2년 뒤를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2013년 창단한 한 대학팀은 올시즌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기도 했다. 각종 지원금을 받아도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에는 부족하다. 한양여대의 경우 연간 4억~5억 원이 축구부 운영비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결국 자생력 문제다. 팀이 혼자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힘들다. 한국은 프로 스포츠 팀도 모기업 혹은 연고지 자치단체 지원이 없으면 존립 가능성이 낮다. 여자팀, 아마추어라는 조건이 덧씌워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여자실업 WK리그도 관중이 무료로 입장하는 등 자체 수익 창출 사업이 거의 없다. 

▲ 기업-학교 지원 없이는 자립 힘든 환경

대교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모기업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의미였다. 이제 더는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여자축구단 해체를 결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교 이후 해체 의사를 전한 팀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교 역시 별다른 사전 언질 없이 해체를 전격 통보했다. 다른 실업팀도 하루아침에 팀 운영을 포기할 수 있다. 

학교팀 사정도 비슷하다. 팀 입장에선 학교 측에 손을 벌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선수들에게 등록금 면제 혜택을 주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조금이라도 학교 측 부담을 덜어 지원을 더 받기 위해서다. 

연맹 관계자는 “사실상 ‘자생력’은 각 팀이 학교 혹은 모기업의 지원을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며 “신생팀 창단 지원금 등은 3년 동안 팀을 홍보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학교나 지역 사회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용도로 쓰여야 한다”고 했다.

   
▲ 올시즌 WK리그 대교(남색 유니폼)-상무전. /사진 제공 : 여자축구연맹

▲ “정책적 육성 외에는 답이 없다” 한탄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는 인적‧물적 환경이 좋지 못하다. 또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이후 상대적으로 엘리트가 홀대 받는다는 의견이 있다. 한 엘리트 여자축구인은 “2015년 여자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든 여자축구 발전 전담부서 ‘팀 WOW(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 to the World)’도 생활체육 쪽에 가깝게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여자축구인의 자조 섞인 의견도 있다. 한 대학팀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경쟁력을 보이지 않았느냐”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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