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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불모지’ 의정부에서 꽃피운 신곡초

기사승인 2017.09.05  1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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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대기 그룹 우승과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한 신곡초 선수들.

황희찬 오재석 등 국가대표 다수 배출
지난달엔 화랑대기 첫 왕중왕전 우승
지역 출신 김상석 감독 남다른 자부심

[의정부=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의정부는 제 고향이지만 축구 불모지였죠. 선수로 성공하려면 여길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경기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축구부 김상석(47) 감독은 20년째 고향에서 축구 유망주를 키우고 있다. 그는 처음 부임했을 때를 떠올리며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그땐 솔직히 팀을 맡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역 출신 축구인마저 꺼려했던 신곡초는 어느덧 의정부를 넘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유소년 축구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신곡초는 지난달 20일 경주 화랑대기 H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 여세를 몰아 나흘 뒤 왕중왕전 우승 트로피까지 품었다. 올해 신설된 화랑대기 왕중왕전은 각 그룹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16개 팀이 경쟁했다. 신곡초는 결승전에서 프로 산하 팀인 울산 현대 12세 이하(U-12) 팀을 꺾으며 학원축구의 자존심도 지켰다. 

   
▲ 신곡초 선수들이 화랑대기 왕중왕전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신곡초는 1998년 4월 창단했다. 당시 의정부 학교 축구팀은 신곡초와 의정부서초(2003년 해체)가 전부였다. 그나마 신곡초는 창단 감독이 1년도 안 되서 물러나며 존폐 기로에 놓였다. 그해 12월 김 감독이 부임했을 때 남은 선수는 단 4명. 스카우트를 위해 전국을 돌았지만 맨땅 운동장에 축구부 숙소도 없는 팀으로 자식을 보내겠다는 부모는 아무도 없었다.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 1명을 데려오기 위해 강원도를 10번 넘게 찾기도 했다. 지극정성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지방에서 온 선수들은 김 감독의 집에서 생활했다. 넓지 않은 집에서 김 감독의 가족은 매년 7~10명 선수들과 함께 지냈다. 2003년 축구부 숙소가 생기기 전까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자들을 챙겼다.

신곡초는 김 감독의 첫 시즌이 된 1999년 경기도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전국을 제패했다. 화랑대기 전신 유소년축구연맹회장기 제1회 대회 정상에 오른 것. 그 뒤 전국대회 우승컵만 20차례 이상 품었다. 호주 캉가컵 등 국제대회와 경기도 대회, 저학년 대회 등을 합치면 우승 기록이 70회를 넘는다. 

   
▲ 20년째 신곡초를 이끌고 있는 김상석 감독.

그 사이 배출한 선수들 면면도 화려하다. 황희찬(21‧잘츠부르크) 오재석(27‧감바 오사카) 등 국가대표와 연제민(24‧전남 드래곤즈) 김병오(28‧상주 상무) 등 프로선수가 신곡초 이름을 빛냈다. 포항 스틸러스 소속으로 강릉시청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 중인 혼혈 골키퍼 김로만(21)도 신곡초를 나왔다. 올해도 공격수 김전태수(12)와 유호준(12), 미드필더 김명장(12), 수비수 이정효(12) 등 특급 유망주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훈련 환경도 최고 수준이다. 2008년 운동장이 맨땅에서 인조잔디구장이 됐고 조명시설도 갖췄다. 2015년 잔디가 마모될 즈음 새 잔디가 깔렸다. 골망도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한다. 저학년팀 신곡풋볼아카데미FC 포함 47명의 선수가 좋은 환경에서 볼을 차고 있다. 김 감독이 6학년을 맡고 코치 3명이 학년별 지도를 한다. 

신곡초가 자리를 잡은 뒤 의정부에는 발곡중, 충의중, 의정부고 등에서 축구부를 창단했다. 의정부고는 최근 해체됐으나 전체적으로 저변이 확대됐다. 오재석 연제민 김로만 등 황희찬을 제외한 신곡초 출신 유명 선수 대부분이 의정부가 고향인 점이 눈에 띈다. 김 감독은 “신곡초가 지역 출신 축구선수 증가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자부했다.

   
▲ 지난달 화랑대기 왕중왕전 대동초전에서 김상석 감독이 골을 넣은 김전태수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신곡초는 의정부의 자랑이다. 지역 조기축구회 3개 팀이 신곡초 2관왕을 기념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학교에서도 김충근 교장 이하 교직원과 재학생이 모두 모여 축하행사를 열었다. 김 감독은 “교장선생님이 결승전 때도 경주에 내려와서 선수단을 격려했다”며 “성대한 축하행사로 선수들 어깨가 많이 올라갔다”고 웃었다. 

“축구 불모지였던 고향에서 우리팀이 자리 잡은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예전엔 의정부 유망주들도 타 지역으로 떠났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신곡초를 찾지요. 우리팀 출신 프로선수들이 점차 늘어갑니다. 언젠가 신곡초 출신 지도자가 한국축구 유망주들을 키우는 그날이 올 때까지 더 정진하겠습니다.”

▲ 김상석 감독 “초등생도 전술 이해해야”

신곡초는 1998년 말 김상석 감독 부임 후 2000년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거의 매년 우승 기록을 쌓았다. 김 감독은 빠른 성장의 비결로 ‘전술’을 꼽았다. 그는 “성인 대표팀도 맨투맨 스리백을 쓸 때 지역방어 포백을 사용했다”고 했다.

   
▲ 신곡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학교 운동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감독은 부임 직전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보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 대표팀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그때 한국에선 포백이 생소했다. 네덜란드는 당대 최고 골잡이 호나우두가 버틴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맨투맨 수비가 아닌 포백 지역방어를 썼다. 내가 팀을 맡으면 꼭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녹화해서 분석하고 포백 수비 정보를 구해서 공부를 했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 입장에서 선수에게 ‘너 쟤만 보고 따라다니면서 막아’라고 하면 편하다. 그런데 그러면 선수가 배울 수 있는 게 없다”며 “사람들이 ‘초등축구에서 무슨 전술이 필요하냐’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일부 지도자들도 기술적 기본기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술교육은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초등 졸업반이라면 전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김 감독은 “전술 공부를 해야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며 “전술을 모르면 배움의 범위가 좁다. 경기를 관전할 때도 골 넣는 공격수의 화려한 플레이에만 집중할 뿐 미드필더나 수비수의 전술적 움직임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과 같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전술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신곡초는 4-4-2, 4-3-3, 3-5-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경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꿔가며 쓴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감독의 지론 아래 신곡초는 전술적으로 다양한 축구를 하면서 좋은 성적까지 내고 있다.

의정부=박재림 기자 jami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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