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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원로’ 김호 전 월드컵 감독의 쓴소리

기사승인 2017.09.08  11: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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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 / 용인=이민성 기자

1994 미국월드컵 지휘… 현 용인축구센터 총감독
“지금 상태로 러시아 가면 조별리그에서 떨어진다
좋은 미드필더 부족… 손흥민에게만 기대선 안돼
축구인이 축구발전 주도하고 협회는 지원만 해야”

[용인=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귀국한 지난 7일. 용인축구센터 김호(73) 총감독은 오전 9시에 귀국하는 선수단을 맞이하러 이른 새벽 용인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래도 격려는 해줘야지.”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를 가까스로 지키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도 잡음도 많았다. 실망스러운 경기력, 푹 패인 홈구장 잔디, 주장 김영권의 실언, 헹가래 논란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까지.

김 총감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선수단에 꽃다발을 전하고 조용히 용인으로 돌아왔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그는 1994년 미국월드컵을 지휘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원 삼성을 이끌며 팀의 첫 전성기를 열었다. 축구 인생만 60년이 넘는 백발의 축구 원로는 “대표팀을 보면서 참 많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7일 용인축구센터에서 만난 그는 “칭찬할 건 칭찬하고 쓴소리할 건 해야겠다”며 입을 열었다. 

- 공항에서 선수단에 어떤 말을 해줬나.
▲ 특별한 말은 안했다. 그냥 수고했다고만 하고 돌아왔다.

- 참 힘들게 월드컵에 올랐다.
▲ 아시아 축구가 많이 발전했다. 우리도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월드컵에 당장 나가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의 질을 높여야 한다. 세계 10위 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질 향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프로축구가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을 대한축구협회에서 파악해야 한다. 대표 선수들은 K리그에서 나온다. 국내 축구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 현재 국가대표팀의 문제점은.
▲ 전술적으로는 좋은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축구는 전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미드필드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다채로운 미드필더가 없으니까 공격수들도 다양한 모습을 못 보여준다. 그래서 포스트 플레이를 많이 한다. 큰 무대에서는 안 통한다.

-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고 본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애국심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국가관이나 더불어 사는 의미를 가르치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축구를 하는 이유로 희생과 단결을 꼽는다.

   
▲ 지난 7일 입국한 대표팀을 맞이한 김호(앞줄 왼쪽 다섯번째) 총감독.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 선수 한 명에 기대서는 안 된다. 손흥민은 골잡이지 스타는 아니다. 스타란 혼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까지 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처럼. 손흥민은 스타로 발돋움하는 단계다. 더 노력해서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 현재 상태로 본선에 나간다면.
▲ 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 잘못하면 많은 실점을 할 수도 있다. 브라질도 2014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독일에 7골이나 내줬다. 매번 나간다고 월드컵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축구 선배로서 걱정이 크다.

- 이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도 엉망이었는데.
▲ 월드컵을 치른 운동장이 관리가 안됐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축구장을 영리 목적으로 봐서는 안된다. 돈이 많이 드니까 결혼식장, 주차장, 대형마트, 공연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축구장의 기능은 거의 없어졌다.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기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 신태용 감독을 평가한다면.
▲ 이제 2경기를 했을 뿐이다. 같이 생활도 안했고, 잘 모른다.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다. 지금은 모르겠다.

- 올림픽, U-20 월드컵에 이어 A대표팀까지 신태용 감독으로 ‘돌려막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 좋은 지도자가 부족한 건가.
▲ 요새는 젊음을 강조한다. 잘못됐다. 경험을 인정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경험 없는 사람들만 모여서 하다 보면 발전이 없다. 협회에서도 협회 입장에서 필요한 사람, 말 잘 듣는 사람만 앉히면 좋은 지도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 

   
▲ 김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 / 용인=이민성 기자

- 슈틸리케 감독 경질 시기도 늦은 감이 있는데.
▲ 바꾸려면 차기 감독을 미리 찾아놨어야 한다. 경질 후에 찾고 선임하고…. 생각이 없었다는 것 밖에 더 되나. 대타를 맡은 지도자가 실패하는 상황이 또 생길 수 있다.

-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얘긴가.
▲ 홍명보 감독도 싹이 잘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지만 월드컵과 올림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실력을 더 쌓아야 했다. 다른 경로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 절대로 안된다.

- 월드컵을 앞두고 매번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 기술위원회, 경기위원회, 상벌위원회 등을 협회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협회가 간섭하지 못 하게 떨어져 나와야 된다. 협회는 지원만 해야 된다. 축구인들이 축구를 만들어갈 수 있게끔 내버려둬야 한다. 협회에서 모든 걸 장악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50년 전과 지금이 똑같다. 옳지 않다.

-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도 흘러나왔는데.
▲ 모르겠다. 2002년 때는 모든 프로팀이 희생했다. 일정을 바꾸고 대표 선수를 내줬다. 선수가 없으니 성적이 좋지 않아 잘린 감독도 있다. 어떤 나라도 해줄 수 없는 지원을 해줬다. 이제는 그런 지원이 있을 수가 없다. 히딩크 감독을 두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내실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 본선까지 9개월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올해 스케줄은 이미 지난해 나왔어야 한다. 프로축구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표팀이 훈련할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짜 놨어야 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이 있을 때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부랴부랴 계획을 세운다. 이제라도 훈련 일정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용인=이민성 기자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7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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