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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시후 “수술만 8번… 그래도 행복했다”

기사승인 2017.12.18  00: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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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박시후.

남북전 유일한 승리 때 결승골
20년 가까운 선수 생활 마무리
“앞으로 여자축구 저변확대 노력”

[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이 시기엔 늘 동계훈련 준비를 했는데… 몸은 편해도 마음은 싱숭생숭하네요.”

한국 여자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박시후(31)가 18년 선수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13살 때부터 축구화를 신은 그는 올시즌 인천현대제철 우승 멤버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은퇴했다. 최근 외국여행을 떠나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그는 지난 15일 “충남 예산의 집에서 쉬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개명 전까지 박은정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그는 충주예성여중 공격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충주예성여고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아시안게임(2002, 2006, 2010년) 동아시안컵(2005년) 아시안컵(2006년) 피스퀸컵(2006, 2010년) 등 주요 대회에 나서 A매치 통산 29경기 4골을 기록했다. 

여주대 시절이던 2005년 8월 4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동아시안컵 북한전에 교체 투입돼 후반 32분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여자축구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북한전 승리(3무 15패)다. 지난 11일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북한에 0-1로 졌다. 

박시후는 12년 전 그때를 떠올리며 “코너킥 찬스에서 짧은 패스를 받은 뒤 기습적으로 슛을 때렸다. 원래는 다시 패스를 내주는 거였는데 북한 선수들이 우리 작전을 간파한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골이 들어갔을 때도 얼떨떨했는데 지금까지도 ‘내가 그 골을 넣은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며 웃었다. 

   
▲ 2015년 6월 스포츠토토전을 앞둔 현대제철 선수들. 뒷줄 맨 오른쪽이 박시후. /사진 제공 : 대한축구협회

박시후는 실업팀에서 11시즌을 보냈다. 2007년 대교 입단 후 WK리그가 출범한 2009년 서울시청으로 이적했다. 2013년 박은선과 공격 호흡을 맞추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지만 최강 현대제철의 벽에 막혔다. 이듬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뒤 자유계약(FA)으로 2015년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인연을 맺은 최인철 감독과 현대제철에서 재회했다. 브라질 대표 선수 비야, 따이스가 있어서 공격수로 뛰지는 못했지만 주로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올시즌까지 통합 5연패(정규리그+챔프전) 업적을 달성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시즌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친 박시후는 “지난해부터 은퇴를 염두에 뒀다. 우리팀은 뛰어난 선수가 워낙 많다.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아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됐다”며 “그래도 기회가 오면 제몫을 하기 위해 늘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이번이 고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 경기가 각별했다. 그 전엔 한 번도 우승을 못하다가 마지막 3년을 정상에서 보내 기뻤다”고 했다. 

   
▲ 현대제철 동료 따이스와 함께한 박시후.

박시후는 선수 시절 8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왼쪽 무릎만 6번이었고 2013년 말에는 안와골절로 수술대에 누웠다. 그는 “수술을 좀 덜했다면 더 오래 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너무 많이 다쳐서 이름도 바꿨는데 그 뒤로 수술은 한 번도 안했다”고 했다. 

부상으로 큰 고생을 했지만 박시후는 그동안의 선수 생활을 ‘기쁨’으로 정의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이 좋았고 축구를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앞으로도 여자축구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축구인생 후반전을 그렸다. 박시후는 “데뷔팀 대교가 해체되는 등 여자축구 현실이 좋지 않다. 앞으로 저변 확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재림 기자 jami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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