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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제일고 박희완 감독 “헹가래 또 받고 싶다”

기사승인 2018.02.13  00: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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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완 천안제일고 감독이 협회장배 우승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은퇴 후 고교축구 열정 보고 지도자 길
부임 9년 만에 팀 사상 첫 우승컵 포옹

[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아마추어 축구 대회 결승전이 끝난 직후 풍경은 대개 비슷하다. 선수들은 물을 뿌리며 환호한다. 한참 기쁨을 만끽한 뒤 고개를 두리번대며 감독을 찾는다. 감독의 팔, 다리, 허리를 붙잡은 뒤 헹가래를 친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팀의 감독은 1년에만 몇 번씩 헹가래를 받는다.

천안제일고 박희완(43) 감독은 헹가래를 받기까지 9년이 걸렸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39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우승을 차지하며 몸이 하늘로 붕 떴다. 그는 “헹가래를 받는 기분을 알고 싶었다. 너무 기쁘다”고 했다. 천안제일고는 결승전에서 인천대건고(인천 유나이티드 U-18)를 2-0으로 제압했다. 1983년 창단한 축구부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박 감독은 9년 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9년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에서 축구화를 벗었다. 개인적인 일로 시즌 도중에 축구를 그만뒀다. “다시는 축구계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축구에 정이 뚝 떨어졌다. 머리를 식힐 겸 제주도로 떠났다. 가족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쉬고 올게’란 쪽지만 남겼다.

제주도에서 친하게 지내는 축구인을 만나 넋두리를 늘어놨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백록기가 열리고 있었다. 박 감독은 축구장에는 다시는 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끌려 나갔다. 고등학교 선수들이 꿈을 향해 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축구 열정을 되찾았다. ‘아, 내가 있을 곳은 결국 축구판이구나’라고 깨달았다.

   
▲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박희완 감독.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2009년 8월 천안제일고 코치로 부임했다. 팀 사정으로 감독 자리가 비었다. 박 감독은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 자리에 앉았다. 전력은 약체 중의 약체, 선수는 17명뿐이었다. 등록 명단을 채우기도 버거웠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선수를 찾았다. 이름난 유망주를 데려오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대신 성실함과 잠재력을 먼저 살폈다.

강호로 성장했지만 우승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결승전에서 고배를 드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 추계고등연맹전 결승전에서는 언남고에 무릎을 꿇었다. 교장이 선수들에게 “감독님 헹가래 한 번 쳐드려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헹가래는 꼭 우승하고 받겠습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박 감독은 스스로를 이렇게 말한다. “이쯤 하면 됐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천안제일고를 강호 반열에 올렸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정상에 서고 싶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9년 동안 가장 좋은 선수들을 모아뒀다”고 자신했다. 중앙수비수 임덕근, 공격수 고준영 등이 주축 선수다. 박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축구도 완성했다. 결국 해냈다. 지도자 생활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 대한축구협회장배 우승을 차지한 천안제일고 선수단.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큰 경사다. 학교와 동문회에서는 당장이라도 잔치를 열자며 난리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다. 자신도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다가 몸이 근질거려 춘계대학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경남 통영으로 향했다. 대학 지도자들이 “우리 학교에 (선수 입학) 원서 좀 써 달라”며 박 감독을 보챈다.

“드디어 우승을 했구나 실감한다.” 박 감독의 전화기는 요즘 쉴 새가 없다. 축하 인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고등리그, 왕중왕전, 여름 전국대회 등 앞으로 나설 대회가 많다. 그는 “우승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모든 대회에서 1위를 목표로 뛰겠다. 선수들 휴식이 끝나면 다시 전투 준비에 들어가겠다. 또 헹가래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민성 기자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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