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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에 무방비, 숨 막히는 축구장

기사승인 2018.03.31  08: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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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안산전. 하늘이 뿌옇다. 이날 성남시의 미세먼지 수치는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 사진제공: 프로축구연맹

선수-관중 모두 건강에 직격탄
경기일 변경 여의치 않은 현실

[축구저널 이민성 기자] ‘띠~.’ ‘띠~.’ 휴대전화가 또 울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경보 문자가 날아든다. 봄철 불청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니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축구장은 다르다. 경기가 열리면 선수, 지도자, 관중, 진행요원은 꼼짝없이 미세먼지를 마신다. 마땅한 대책도 없어서 더 큰 문제다.

환경부는 지난 27일 초미세먼지 예보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크게 강화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쁨’ 단계의 기준을 51㎍/m³ 이상에서 36㎍/m³으로 낮췄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구분하며 “폐암은 물론 방광암과 관련성도 보인다”고 했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 단계에서 1시간 동안 숨을 쉬는 건 밀폐된 공간에서 1시간 40분 동안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붕 없는 축구장은 무방비 노출

사방이 탁 트인 축구장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다. 선수, 팬 등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피해자다. 특히 선수는 건강에 직격탄을 맞는다. 경기 중에는 호흡량이 배로 늘어난다. 몸을 푸는 시간까지 합치면 약 2시간 동안 발암물질을 들이마시는 셈이다.

J리그에서 뛰다가 K리그2(챌린지) 서울 이랜드를 거쳐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에서 활약 중인 윤성열(31)은 “경기 중 미세먼지가 느껴지진 않지만 확실히 일본보다 공기는 안 좋다. 당장은 영향이 없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하는 선수가 있다. 특히 기관지가 안 좋은 선수들은 고민이 많다”고 했다.

   
▲ 미세먼지 피해는 성장 중인 학생 선수에게 더 심각하다. /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초-중-고 등 성장 중인 학생 선수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바르셀로나 글로벌 보건연구소는 최근 미세먼지에 노출된 어린이의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억력 등 인지기능 발달에 지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관중의 건강도 해친다. 서울과 익산에 거주하는 K리그1(클래식) 전북 현대 팬 이승호(32) 씨는 “전라도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다. 경기장에서 2시간 남짓 머무르고 나면 코가 따가울 정도”라며 “수치가 높은 날에는 경기장에 가기가 꺼려진다. 마스크를 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규정 만들었지만 경기 연기 가능성 ‘제로’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초-중-고 리그에 미세먼지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협회는 ‘해당 지역의 미세먼지 경보 시, 경기 일정 연기를 적극 권장하며 해당 시·도 조직위원회가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기준을 미세먼지 농도 300㎍/㎥ 2시간 이상, 초미세먼지 농도 180㎍/㎥ 2시간 이상 지속 시로 잡았다가 수치가 너무 높아 현실적인 수치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한 시‧도 축구협회 관계자는 “미세먼지 탓에 경기가 연기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각 지역의 사정을 모르고 만든 규정”이라며 “경기장은 적고 일정은 빡빡하다. 현실적으로 경기를 미루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K리그는 2016년 의무위원회가 나서 미세먼지가 심하면 경기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2년 동안 한 번도 경기를 미룬 적은 없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국장은 “K리그의 경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FA컵, 대표팀 등과 일정이 얽혀 있어서 사실상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U리그(대학축구), 내셔널리그(실업축구), WK리그(여자축구), K3리그 등에는 미세먼지 관련 규정조차 없다. 내셔널리그 관계자는 “심각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들어 아직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만약 경기를 연기한다고 해도 다음 경기 날 미세먼지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선수, 감독뿐만 아니라 관중도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 사진제공: 프로축구연맹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더 큰 문제

교육부의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거나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학교장은 실외 수업을 줄이고 휴교령까지 내릴 수 있다. 또한 교육부는 2019년까지 체육관이 없는 979개교에 실내체육시설을 마련할 계획도 세웠다. 서울 우이초 축구부 등 몇몇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실내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하지만 체육관 대체 훈련은 미봉책에 그친다. 축구는 결국 야외 운동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클럽하우스에 실내 운동장이 있는 한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세먼지 탓에 훈련 일정과 장소를 바꾼 적은 없다. 당장 실전을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실내 훈련이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북 송하헌 주치의는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빼내기 힘들다. 선수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집에서만큼은 공기청정기를 놔서 좋은 공기를 호흡하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다. 특히 요즘은 봄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미세먼지 수치가 비슷하다. 운동 선수에게는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 축구인은 “축구뿐만 아니라 현재 모든 야외 스포츠가 타격을 받고 있다. 나라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축구계에서 어떻게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겠느냐”며 “수천억 원을 들여 모든 경기장을 돔구장으로 다시 만들 수도 없다. 안타깝지만 스포츠의 특성상 안고 가야 하는 피해”라고 말했다.

이민성 기자 footballee@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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