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말에 태클] ‘We, the Reds!’가 무엇인지요

기사승인 2018.05.15  09:48:42

공유
default_news_ad1
   
▲ 국가대표팀 코치진이 14일 대표선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배경에 응원 표어 ‘We, the Reds!’가 보인다.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얼마 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랐습니다. 보유세와 관련해 값비싼 강남 아파트가 신문과 방송에 단골로 등장했지요. 영어나 국적 불명의 외국어 일색인 고급 아파트 이름을 보며 몇 년 전 유행한 우스갯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이름을 붙인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가 ‘시어머니가 집을 못 찾아오게 하려고’라는.

일제 강점기의 찌꺼기가 오랜 세월 우리 언어생활을 더럽혔습니다. 히야시 잘 된 물을 마시고 와리바시로 야끼만두를 먹은 뒤 요지를 찾던 시절이 그리 옛날이 아닙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는 꾸준한 노력 끝에 이제는 모두가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무젓가락으로 군만두를 먹은 뒤 이쑤시개를 찾게 됐습니다.

일본어 잔재가 어느 정도 청소되니 영어가 기세등등합니다. 많은 사람이 영어를 쓰면 세련되고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우리말을 쓰면 촌스럽고 뭔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심지어 좋은 것에는 영어를, 나쁜 것에는 우리말을 붙여 차별합니다.

‘알몸’과 ‘누드’의 쓰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뜻인데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알몸 행패나 알몸 변사체는 있어도 누드 행패나 누드 변사체는 없지요. 누드모델이나 누드화 감상이라고는 써도 알몸모델이나 알몸그림 감상이라고는 하지 않지요. 사건 사고에는 알몸, 문화 예술에는 누드입니다. 한자어 ‘나체’는 알몸과 누드의 중간쯤에 있는 듯하고요.

14일 프로축구 2부리그인 K리그2의 월요일 밤 경기가 올해 처음 열렸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라고 합니다. 이날 낮에는 대한축구협회가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대표 선수를 발표했습니다. 응원 표어 ‘We, the Reds!’(위 더 레즈)를 큼지막하게 내걸었습니다. ‘월요일 밤의 축구’라고 하면 촌스럽다며 관중이 줄어들까요. ‘우리 모두 붉은악마’ 또는 ‘우리 모두의 붉은 열정’이라고 하면 뭔가 없어 보인다며 응원 분위기가 축 처질까요.

나이 드신 부모님이 찾아오기 힘들라고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붙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축구장에 오려는 사람을 막으려고 축구계에서 무분별하게 영어를 쓰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축구 종사자가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멋있고 고상한 말이라고 여긴다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최승진 기자 hug@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칼럼 전체보기

1 2 3
item3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