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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태클] 심려는커녕 분노하고 비난할 뿐인데

기사승인 2018.05.28  12: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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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경기에서 골을 넣고 좋아하는 강원FC 선수들.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지난 1일입니다. ‘물벼락 갑질’ 조현민 씨가 경찰에 출석하며 앵무새가 됐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조 씨는 똑같은 말을 대여섯 번 반복했습니다. 매번 토씨 하나 바꾸지 않더군요.

심려(心慮)의 뜻은 ‘마음속으로 걱정함 또는 그런 걱정’입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걱정하게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말이지요.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공개 사과를 할 때 흔히 하는 표현입니다. 찬찬히 생각하면 웃기는 말입니다. 악행을 보고서 걱정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분노하고 비난하고 죄를 따지면 따졌지.

조현민 씨의 “심려” 보름쯤 뒤 축구팬은 또 “심려”를 들었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하여 구단 및 팬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프로축구팀 강원FC 대표이사인 조태룡 씨의 사과문 첫머리입니다.

   
▲ 횡령·배임과 갑질 논란을 부른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 / 사진제공 : 강원FC

조 대표는 구단 자산인 항공권을 맘대로 썼습니다. 가족과 외국을 다녀왔다지요. 인턴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켰습니다. 동생 술집 운영을 돕는 일이었다지요. 당연히 횡령, 배임, 갑질 지적이 일었습니다. 축구계와 팬이 분노하고 비난하고 죄를 따지는 와중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니 헛웃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괴상한 심려라는 말에 이상한 심리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정말 심려됩니다. 위법 소지가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을 저질러 놓고도 천연덕스럽게 눙치고 넘어가려는 모습이 말 속에 읽히기 때문입니다. 심려라는 한 마디로 분노와 비난과 단죄의 초점을 흐리려는.

강원FC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이 안쓰럽습니다. 땀 흘려 뛰고 열심히 일해도, 최고경영자 때문에 ‘복마전 축구단’ ‘갑질 프로팀’이라는 이미지에 갇힐 위기입니다. 강원FC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지방선거가 코앞이어서 축구단 따위는 신경 쓸 틈도 없는 걸까요. 강원FC가 ‘강원도의 힘’은커녕 ‘강원도의 흠’이 되면 어쩌나요. 강원FC 홈경기 평균 관중은 2000명도 안 됩니다. 1902명으로, 군팀인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K리그1(클래식) 꼴찌입니다.

최승진 기자 hug@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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