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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쉬쉬한 축구협회, 이제 와서 설레발치나

기사승인 2019.01.24  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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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축구저널 최승진] 지난해 가을 일본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17세 이하(U-17) 여자대표팀 감독 구스노세 나오키의 성추행이 밝혀졌다. 구스노세는 일본축구협회 여직원을 두 차례나 억지로 껴안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는 이를 상사에게 알렸다. 힘 있는 축구인의 몹쓸 짓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구스노세는 U-17 월드컵 개막을 10여 일 앞두고 사임했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마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원들은 관리 소홀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연봉 일부를 반납했다. 또 구스노세의 사퇴를 받아들이기만 한 게 아니라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두 달이 조금 지난 지금, 한국 축구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WK리그(여자실업) 경주한국수력원자력 여자축구부 감독 A씨가 선수에게 성폭력을 가했고, 이 때문에 지난해 가을 조용히 물러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거리를 슬며시 덮어버린 한국수력원자력도 문제가 크지만 근본적 책임을 대한축구협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 대한축구협회가 있는 서울 경희궁길 축구회관.

경주한수원 사태가 불거지며 A씨의 과거 추행도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5년여를 일한 A씨는 성희롱 문제를 일으켜 2016년 1월 해임됐다. 당시 U-16 여자대표팀을 지휘한 A씨는 협회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성폭력을 저질렀다. 하지만 협회는 이 지도자와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손을 털었다.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않았다.

협회 징계 규정에 따르면 성희롱은 자격정지 2년 이하, 성폭행이나 추행은 자격정지 3년 이상에서 제명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축구인 명예 실추 행위에도 제명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그때 협회가 자격정지나 제명 처분을 했다면 이번 경주한수원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A씨는 아무 징계를 받지 않고 협회를 떠난 지 8개월 만에 버젓이 신생팀 경주한수원 감독직에 지원했다.

   
▲ 지난 2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축구가 국민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물하는 2019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협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전국의 모든 여자축구부를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성폭력 신고센터를 열고, 성평등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에서 확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정부가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방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준비한 대책’이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을 ‘설레발’이라고 한다.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다. 3년 전 협회 전임 지도자의 성희롱을 쉬쉬하며 처리하고 오리발을 내밀더니 제 발이 저린지 설레발을 치는 격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일본축구협회장처럼 공개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임원진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최승진 기자 hug@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8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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