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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축구] 황교안의 유세와 스트리킹의 닮은 점

기사승인 2019.04.02  2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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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저널 최승진 기자] 공공장소에서 알몸으로 질주하는 행위를 스트리킹(streaking)이라고 한다. 1970년대 중반 미국 사회를 당혹케 한 젊은이들의 일탈이 스트리킹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곧 유럽으로 번졌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권력과 관습을 향한 조롱, 자연 그대로의 자기표현 등으로 해석됐다.

그 뒤 스트리킹은 주로 스포츠를 표적으로 삼았다. 많은 관중이 모이는 축구 야구 골프 테니스 경기장이 스트리커의 무대가 됐다. 젊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등장했고 배가 불룩 나온 중년도 옷을 벗고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경비원은 다급하게 뒤를 쫓고, 선수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관중은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쏟아낸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프로축구장 유세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선거구의 강기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K리그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 들어와 선거운동을 했다. K리그 규정과 지침을 위반했고,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출처=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그라운드에 등을 돌리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황교안 대표를 보며 ‘정치가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했다’는 딱딱한 말보다 스트리킹이 먼저 떠올랐다. 근래의 스트리킹은 젊음의 반항이라기보다는 “날 좀 봐 주세요”라는 자기 과시적 성격이 강하다.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는 스트리킹과 많이 닮았다. 법(축구 규정)을 어겼고, 경기와 관람객을 방해했다. 또 요즘 말로 하면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랄까, 관심을 받고 싶어 했다. 정치인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는다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2일 홈팀 경남FC에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2000만 원을 물라는 징계를 내렸다. 경남FC는 억울할 법하다.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원의 ‘난입’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경남FC 구단주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 야당 대표가 들어오는 것을 끝까지 막았다면 괜한 말썽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 지난달 30일 홈경기에서 골을 넣고 좋아하는 경남FC 선수들. 이날 경남의 승리는 황교안 사태에 묻혔다. /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경남FC는 징계를 받은 직후 자유한국당에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되겠다. 외국의 경우 스트리킹을 한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경기장 입장을 막는다. K리그 규정에도 있다. 경기 규정 제20조 ‘경기장 질서와 안전 유지’의 제2항은 이렇다. ‘홈 클럽은 경기장 안전 및 질서를 어지럽히는 관중에 대해 그 입장을 제한하고 강제 퇴장시키는 등의 적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남FC는 황교안 대표 등 물의를 일으킨 자유한국당 사람의 향후 경기장 입장을 금지해야 한다. 황 대표가 축구팬은 아닌 것 같으니 실효성은 없겠지만, 스포츠를 이용하려는 정치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조치이지 않을까 싶다.

최승진 기자 hug@footballjournal.co.kr

<저작권자 © 2013 축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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